칠곡군 기산면 출신 이경이 여류시인이 10월 5일 서울 월간문학 출판부에서 첫시집『손편지를 쓰는 당나귀』(월간문학 시인선 267)를 출간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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▲ 기산면 출신 이경이 시인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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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경이 시인은 구상문학관시동인 ‘언령’ 회원으로서 꾸준하게 시창작 스터디에 전념해 왔다. 이번 시집에 70편의 토속적이고 향토적인 시가 실렸다. 특히 기산면 죽전리를 배경으로 한 서경시들이 주옥같이 반짝인다.
낙동강 문학의 대부 박찬선 시인과 김종섭 한국문협 부이사장이 추천글을 썼다. 박찬선 시인은 “이경이의 시는 돌아봄에 있다”고 했으며, 김종섭 시인은 “시인의 삶을 통한 지혜와 철학이 그대로 녹아 시가 된 진솔한 언어”, “시인은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현실의 소박한 꿈과 미미한 경험까지도 표백하려 한다”고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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지도교수인 김주완 시인은 해설에서 “이경이 시의 밑바탕은 생의 현상과 본질에 대한 인식이며 통찰이다. 생이 혼곤하면 이전 시점으로 복원하는 작업이 그의 시 쓰기이다. 유년으로 되돌아가 삶의 원동력을 재충전하고 씩씩하게 삶의 현실로 복귀하는 것이 그의 시작 과정”이라고 했다.
또한 “스스로의 생이 행복한 시인이 되어 그의 시를 읽는 사람들 또한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시인이 될 것으로 믿는다. 자기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남에 대해서 이경이 시인이 조용하고 안온한 시 치료사가 되어 주기를 기대한다”고 당부하고 있다.
이경이 시인은 “겸손과 묵묵함으로 시의 길을 걸음으로써 마음의 빚을 갚겠다.”고 말하고 있다. 한편, 이 시인은 10월 8일 칠곡군 왜관읍 봉계리 소재 <도토리>에서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조촐한 등단 축하 오찬 모임을 가질 예정이다.
손편지를 쓰는 당나귀 / 이경이
아버지는 당나귀처럼 짐을 지셨다
깨물어서 더 아픈 손가락인가
바람에 털어 비워야 할 속은 반이 남아 있다
홉겹 옷에 단추 몇 개 잠그다 만 것처럼
벌어진 박주가리 껍질은 말라 있다
짧고 통통한 손가락은 몸부림치며
빠져 나간 울타리 밖에서
제자리걸음만 걸었던,
귓전에 와 닿지 않은 말들도
무 구덩이 속에서
시간이 지나서야 싹으로 움튼다
어둔해진 박주가리
속은 더 비워지지 않는 것인가
회오리치는 시간 속에서도
때 묻지 않은 속껍질
쓰러진 곡식을 포기하지 않고
하늘 일로 받아들이는 농부처럼
쉼표 없이 쓴 구술편지 흔들리는 문장은
합장한 손끝에서 촛불이 되어 피어오른다
저승에서도 아버지, 손편지를 아직 쓰신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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